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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매거진] "폭스바겐 스캔들… 디젤의 종말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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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ENERGY 조회 5,366회 작성일 15-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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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 special 제 1037호 (2015년 10월 14일)

폭스바겐 스캔들… 디젤의 종말 오나

허구로 밝혀진 ‘클린 디젤’, 하지만 디젤의 진화는 멈추지 않는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마틴 빈터콘 전 회장이 사과와 함께 물러나고 대대적인 리콜 조치 계획까지 발표됐지만 사태가 폭스바겐의 바람대로 원만하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리콜에 들어갈 비용만 수십조 원에 달할 전망이고 리콜의 수위, 향후 배기가스 배출 규제안 확정 등 풀어야 할 난제도 한둘이 아니다. 그 사이 산업화의 일등 공신이었던 디젤은 시커먼 배기가스나 뿜어내는 미운 오리 신세가 됐다. 디젤의 운명은 여기까지일까.


희대의 스캔들이 자동차 산업 전반에 휘몰아쳤다. 이번 사태의 파문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견하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다. ‘클린 디젤’을 앞세우며 승승장구하던 폭스바겐은 교활한 속임수나 쓰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폭스바겐뿐만이 아니다. 정직함과 기술력으로 인정받던 독일 자동차 기업, 나아가 독일 산업 전체의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디젤엔진의 운명은 어디까지일까. 섣부른 예상 전에 분명한 한 가지는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사기)’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를 통해 디젤엔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극도로 험악해졌다는 점이다. ‘클린 디젤’을 내세워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을 넘어 또 하나의 거대 시장 미국을 넘보려던 폭스바겐(이와 함께 유럽의 자동차 산업)의 야망은 일단 커다란 암초에 부딪쳐 좌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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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주도권 놓고 미국과 유럽 ‘혈투’ 

이번 스캔들이 산업의 구조와 주도권 싸움에서 촉발됐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양대 축인 미국과 유럽의 경쟁이다. 미국은 대표적인 산유국이다. 에너지 전략 차원에서 자국 내에서 생산된 원유 수출은 금지하고 있지만 휘발유·경유·등유 같이 정제된 석유제품은 세계 전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미국의 석유제품 총수출량은 8770만 배럴에 달했는데, 그중 중질연료유, 즉 디젤이 3624만9000배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은 환경 규제가 엄격해 이전부터 가솔린 차량 위주의 자동차 정책을 펴왔다. 전체 승용차 중 가솔린 차량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현실적으로 디젤의 판매가가 가솔린보다 높다 보니 디젤 승용차를 찾는 소비자도 없다. 반면 유럽은 태생적으로 에너지 자립도가 떨어진다. 어차피 돈을 들여 석유제품을 수입해 와야 하는 사정이라면 비슷한 양에 효율이 훨씬 높은 디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정제된 디젤이 아메리카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유럽에 수출되고 있고 유럽의 정유 업체에서 생산된 가솔린의 대부분이 미국으로 수출된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미국의 반격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간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 온 핵심 이슈는 오염 물질 저감, 즉 환경 규제였다. 유럽산 차량들이 미국 시장에서 맥을 못 췄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환경 규제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엔진 설계·제작 전문 기업인 테너지의 최재권 대표는 “환경 규제라는 대의명분 뒤에는 미국의 자동차 빅3(GM·포드·크라이슬러)를 위시한 자국 산업 보호주의 정책이 숨어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제로 에미션(오염 물질)’을 거의 달성해 산업 발전의 동력을 잃은 차에 ‘연비(클린 디젤)’를 무기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던 유럽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이번 폭스바겐 사태의 본질이라는 분석이다. 최 대표는 “‘별다른 의도 없이 실험에 나섰고 이렇게까지 파장이 커질 줄 몰랐다’는 미국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얘기가 거짓말이라는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고 빅 3가 이를 몰랐을 리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기차·수소차도 아직은 ‘먼 얘기’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클린 디젤은 역으로 클린하지 않기 때문에 내세운 마케팅 포인트일 뿐”이라고 말했다. 클린한 디젤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급기야 디젤의 운명이 끝났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과연 디젤엔진은 이대로 종말을 맞을까.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이라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나온다. 무엇보다 현재의 기술로는 디젤엔진의 압도적인 연비를 따라올 수 있는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은 기술 발전이 연비 규제를 충족시킬 것’이라는 것도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다. 당장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2017년부터 시행될 ‘리얼로드 드라이빙 에미션(RDE)’ 규제에 맞춰야 한다. 배기가스 배출량 측정을  실험실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진행하는 방식인데, 현재 출시된 차량 중 이런 방식으로 유로6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차량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최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디젤엔진을 살리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며 “다만 미국이 새롭게 정립될 유럽의 기준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실제 도로 테스트에서 배출된 배기가스의 허용치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유럽 자동차 기업으로선 미국이라는 신시장 개척에 실패했을 뿐 기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유럽 메이커들이 RDE 테스트를 통과하고 새로운 규제 기준에 빠르게 적응한다면 디젤 게이트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과거 미국의 리콜 조치로 존폐의 위기에 섰던 도요타가 불과 수년 만에 정상화됐던 사실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들이 이번 스캔들을 통해 약진할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선우 교수는 “충전 인프라, 짧은 주행거리, 비싼 가격, 막대한 개발비용 같은 난제를 풀기 전에는 기존의 내연기관 시대가 무너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대표 역시 “가솔린보다 먼저 등장했던 전기차가 배터리 무게, 긴 충전 시간 때문 내연기관에 밀린 지 1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라며 “현재로선 소비자가 친환경 차량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점도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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